
솔직히 저는 폐가 안 좋다는 사실을 폐 때문에 병원에 간 게 아니었습니다. 갈비뼈 쪽이 아파서 찾아간 병원에서 조영제 CT를 찍다가 우연히 알게 된 거였습니다. 그때 처음엔 별 증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잔기침도 자주 했고 가래도 심심찮게 나왔었습니다. 몸은 이미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저만 몰랐던 겁니다.
호흡기 질환, 악화의 단계
조영제 CT(Contrast-Enhanced CT)란 혈관이나 조직의 이상을 더 선명하게 보기 위해 조영제를 주사한 뒤 찍는 컴퓨터 단층 촬영입니다. 쉽게 말해 일반 CT보다 병변을 훨씬 세밀하게 잡아내는 검사입니다. 저는 이 검사 덕분에 폐 상태를 알게 됐는데, 이처럼 폐 질환은 상당 부분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침이나 가래는 감기 증상 정도로 가볍게 넘기기 쉬운데, 저도 그랬습니다. 마른기침이 나와도 그냥 목이 건조한가 보다 했고, 가래도 으레 그런 거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유 없는 기침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른기침은 비점막(鼻粘膜), 즉 코 안쪽 점막이 건조하거나 손상되어 자극이 생길 때도 나타나고, 폐 기능이 저하될 때도 나타납니다. 제 경우엔 두 가지가 겹쳐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호흡기 질환의 악화는 단계가 있는데, 단순 감기에서 비염(鼻炎)으로, 비염이 방치되면 부비동염(副鼻洞炎)이나 중이염, 결막염으로 번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부비동염이란 코 주변 뼛속의 빈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차는 상태를 말하며, 흔히 축농증이라고 부릅니다. 코, 귀, 눈은 해부학적으로 서로 연결된 구조이기 때문에 한 곳의 염증이 다른 곳으로 퍼지는 경로가 생각보다 빠릅니다. 저도 비염 증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폐까지 영향을 줬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폐 기능 검사, 폐 기능 저하가 만드는 증상들
폐 기능이 떨어지면 기관지의 탄력이 줄어들면서 기도가 좁아집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쌕쌕거리는 천명음(喘鳴音)이 나타나고, 이는 천식(喘息)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입니다. 천명음이란 좁아진 기도를 공기가 통과할 때 생기는 고음의 바람 소리를 말하며, 폐 기능 저하의 신호로 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증상들은 처음에 굉장히 모호합니다. 마른기침이 나는데 감기는 아니고, 가래가 나오는데 딱히 아픈 것도 아닌 그런 상태가 꽤 오래 지속됐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폐 안쪽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몸이 이를 배출하려는 반응으로 분비물을 늘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장년층에서 특히 가래가 많아지는 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그게 일반 수준을 넘어서면 문제가 됩니다.
가래는 삼켜도 위산이 세균을 죽이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폐 기능이 이미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가래가 많아진다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폐에 가래가 쌓이면 이를 배출하기 위해 더 많은 기침이 필요해지고, 그 기침이 또 기도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폐 건강이 최종적으로 나빠지는 종착지 중 하나로 COPD(만성 폐쇄성 폐 질환)와 폐섬유화가 거론됩니다. COPD란 흡연이나 유해 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기도와 폐 조직이 비가역적으로 손상되는 질환으로, 한 번 손상된 폐 기능은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COPD 진단 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실제 유병률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담배를 피웠던 저로서는 이 부분이 특히 신경 쓰였고, 결국 병원에서 금연을 권고받은 뒤 끊게 됐습니다.
폐 기능 검사(폐활량 측정)와 관련해서도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폐활량 측정(Spirometry)이란 숨을 최대로 들이쉬고 내쉴 때 공기의 양과 속도를 측정해 기도 폐쇄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이 검사가 앞으로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될 경우 그동안 모르고 지냈던 COPD 환자들이 대거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폐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흡연 (가장 큰 단일 위험 인자)
- 미세먼지 및 실내 공기 오염
- 반복되는 호흡기 감염
- 운동 부족으로 인한 호흡 근육 약화
- 비염·부비동염 등 상기도 염증의 방치
자가 관리, 폐 건강을 되돌리기 위해 실제로 하고 있는 것들
병원에서는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고 했는데, 솔직히 이게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매일 챙겨 먹어야 하는 게 귀찮기도 하고,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듭니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씩 검사를 받으면서 수치가 나오니까 그걸 보면서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빠르게 걷기나 등산이 폐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폐 기능의 간단한 자가 기준 중 하나로 40초 이상 숨을 참을 수 있는지 여부가 거론되는데, 저는 지금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충격적인 기준이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해봤다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거든요.
기침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식품도 조금씩 챙기고 있습니다. 생강은 기혈순환을 돕고 기침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여 생강차를 종종 마시고 있습니다. 또 길경(桔梗), 즉 도라지 뿌리는 기침과 가래를 완화하는 약재로 활용되어 왔으며, 감초와 함께 차로 끓여 마시면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한국식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도라지에 함유된 사포닌 성분이 기도 점막을 보호하고 가래 배출을 돕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한국식품연구원). 물론 식품이 약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보조적으로 챙기는 것 자체가 폐에 신경 쓰는 루틴이 되어 좋습니다.
폐 건강은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실감하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숨 쉬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기침 한 번 할 때마다 폐를 의식하는 지금은 그 당연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압니다. 지금 잔기침이 잦다거나 가래가 부쩍 늘었다면, 단순한 피로 탓으로 넘기기 전에 한 번쯤 폐 기능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