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치질 경험담 (치핵 단계, 약물 치료, 생활 습관)

by eunii 2026. 8. 7.

저도 처음엔 그냥 지나가는 불편함이겠거니 했습니다. 20대 중반, 화장실에서 힘을 줄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이질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게 나중에 수술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치질은 성인 4명 중 1명이 경험할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부끄럽다는 이유 하나로 방치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제 이야기가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치핵 단계, 엉덩이가 뜨거워지기 시작했을 때

그때 저는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일했고, 퇴근 후엔 술자리가 이어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화장실에서도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 10분 넘게 앉아 있는 게 당연한 루틴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치질이 생기기 딱 좋은 생활 패턴이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가만히 앉아 있어도 항문 쪽에서 열감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변을 보고 나면 뭔가 밖으로 빠져나오는 느낌이 들었고, 손으로 직접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상태까지 진행됐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 느낌이 얼마나 일상을 불편하게 만드는지는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상태가 바로 치핵(痔核) 3도에 해당합니다. 치핵이란 항문 안쪽의 혈관 조직이 늘어나거나 밀려 내려오면서 항문 밖으로 돌출되는 질환을 말합니다. 진행 정도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됩니다.

  • 1도: 배변 시 출혈만 있고 돌출은 없는 상태
  • 2도: 배변할 때 조직이 빠져나왔다가 자연적으로 들어가는 상태
  • 3도: 빠져나온 조직을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상태
  • 4도: 항상 돌출되어 있고 손으로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 상태

제 상태는 3도였고, 통계적으로 보면 이 단계부터는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병원 가기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치질 경험자 10명 중 6명이 증상을 방치하다 통증이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고 하는데, 제가 딱 그 케이스였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약물 치료, 약도 먹고 좌욕도 했는데 결국 수술까지

그때 당시 저는 일단 생활 습관부터 바꾸기로 했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신호가 왔을 때만 짧게 앉아 있고, 스마트폰은 밖에 두었습니다. 과도하게 힘을 주는 습관도 의식적으로 고치려 했습니다. 열감이 심한 날에는 좌욕을 했는데, 미지근한 물에 항문을 담그고 있으면 확실히 혈액순환이 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좌욕이란 40도 안팎의 따뜻한 물에 항문 주위를 5~10분 정도 담가두는 방법으로, 항문 괄약근의 긴장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도와 부종과 통증 완화에 효과적인 보존적 치료법입니다.

 

치질약도 함께 챙겨 먹었습니다. 먹는 치질약의 대표 성분은 디오스민(Diosmin)으로, 유럽에서 개발된 식물성 플라보노이드(flavonoid) 계열 성분입니다. 플라보노이드란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항산화 화합물로, 정맥 혈관의 탄력을 높이고 모세혈관 투과성을 낮춰 붓기와 출혈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임상 연구에서 2개월 복용 후 통증·부종이 98%, 출혈이 91%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올 만큼 효과가 잘 정리된 성분입니다.

 

그 덕분인지 2년 넘게는 수술 없이 버텼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3도까지 진행됐는데 생활 습관 개선과 경구 치료제만으로 일상이 유지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방심이 문제였습니다. 생활이 다시 흐트러지면서 증상이 급격히 나빠졌고, 결국 예전에 알아봐 뒀던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후기를 수십 개씩 찾아보며 며칠을 떨었는데, 막상 수술을 받고 나니 생각보다 통증이 심하지 않았습니다. 회복 기간도 예상보다 짧았고, 수술 후 일상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치질 증상 재발률이 54.7%라는 수치가 있는데, 이는 치료 후에도 생활 습관 관리를 놓치면 절반 이상이 다시 재발한다는 의미입니다(출처: 대한대장항문학회).

생활 습관, 수술 후 제가 달라진 것들

지금은 치질이 완전히 사라졌고 삶의 질이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그러면서 돌아보니 제가 진작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항문 출혈을 무조건 치질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피가 보이면 반사적으로 "치질이겠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혈변(血便)이 반복되거나 어지러움, 체중 감소, 배변 패턴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45세 이상에서 새로운 출혈이 생겼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치질 예방을 위해 제가 지금도 유지하는 습관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배변 시간을 5분 이내로 제한하고,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지 않는다
  • 과도한 복압(腹壓) 상승을 피하기 위해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숨을 내쉬면서 든다. 복압이란 복부 내부의 압력으로, 갑자기 높아지면 항문 주변 혈관에 직접적인 부담을 줍니다
  •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 변비를 예방한다
  • 장시간 앉아 있을 경우 30~40분마다 일어나 움직인다
  • 증상이 조금이라도 느껴질 때 바로 디오스민 계열 경구 치료제를 복용한다

치질은 방치할수록 치료 난이도가 올라가는 진행성 질환입니다. 저처럼 3도까지 끌고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신호가 느껴진다면 먼저 배변 습관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alMV7UzyAA


소개 및 문의시 개인정보처리방침 면책조항

© 2026 bluemoon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