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 앞에 서는 게 슬슬 불편해진 순간이 있으셨나요? 저는 어느 날 바지 허리 단추가 잠기지 않으면서 그 순간이 왔습니다. 10킬로가 넘게 찐 몸을 돌아보며 식단도 운동도 생각은 백 번 했지만, 몸이 따라오질 않더라고요. 그러다 결국 마운자로를 직접 처방받고 맞아본 경험을 솔직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마운자로의 뇌 작용 기전, 왜 식욕만이 아닐까
마운자로의 성분명은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입니다. 여기서 티르제파타이드란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 두 가지 경로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제를 의미합니다. 기존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GLP-1 수용체 하나에만 작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마운자로는 작용 범위가 한 단계 더 넓습니다.
그렇다면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마운자로는 크게 두 곳에 영향을 미칩니다.
첫 번째는 시상하부(hypothalamus)입니다. 시상하부란 생존 본능과 직결된 뇌 영역으로, 배고픔 신호를 조절하는 중추입니다. 마운자로는 이 영역에서 식욕을 자극하는 신호를 억제해 "지금 당장 먹어야 한다"는 긴박한 느낌 자체를 줄여줍니다.
두 번째는 중뇌 보상 회로(mesolimbic dopamine system)입니다. 보상 회로란 도파민이 분비되며 쾌락과 욕구를 조절하는 뇌 경로로, 음식뿐 아니라 쇼핑, 알코올 등 다양한 자극에 반응합니다. 마운자로는 이 회로에서 도파민의 폭발적인 스파이크를 둔감화시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콰이어트 브레인' 효과, 즉 머릿속이 조용해지는 느낌이 바로 이 기전에서 나옵니다.
이론적으로는 GIP 수용체 작용이 뇌 내 염증을 줄이고 뇌세포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아직 임상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내용은 아니지만, 위고비보다 마운자로가 뇌에 더 넓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제가 마운자로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콰이어트 브레인과 ADHD, 집중력 향상인가 잡음 제거인가
마운자로를 맞고 나서 ADHD 증상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꽤 많이 돌고 있습니다. 처음엔 저도 그 말이 반신반의였습니다. 다이어트 주사가 ADHD에도 효과가 있다고요?
핵심은 ADHD와 도파민의 관계에 있습니다. ADHD 환자의 경우 뇌의 보상 회로에서 도파민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태, 즉 보상 결핍(reward deficiency)을 겪습니다. 보상 결핍이란 뇌가 평범한 일상 자극만으로는 충분한 도파민을 얻지 못해 끊임없이 더 강한 자극을 찾아 헤매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집중하기 어렵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운자로가 도파민 스파이크를 억제하면, 이 끊임없는 자극 추구 자체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차분해지고 산만한 요인이 제거되는 것이죠. 다만 이것은 인지 기능 자체가 향상된다기보다는, 뇌 속의 잡음이 줄어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마운자로가 ADHD 치료제로 결론이 난 단계는 아닙니다. 다만 기존 ADHD 치료제와 병합했을 때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마운자로가 ADHD나 충동성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GLP-1 수용체 자극으로 시상하부의 식욕 신호 억제
- GIP 수용체 자극으로 뇌 내 염증 감소 및 뇌세포 환경 개선 가능성
- 중뇌 보상 회로의 도파민 스파이크 둔감화로 충동성 완화
- 알코올 중독, 폭식 장애(binge eating disorder) 등 중독 행동 감소 보고
실제로 저도 맞고 나서 뭔가 차분해졌다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냉장고 앞을 기웃거렸을 시간에 굳이 뭔가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크게 들지 않더라고요. 음식에 대한 집착이 조용해진 느낌이랄까요. 제가 직접 겪어보니 단순히 배가 덜 고픈 것 이상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비만과 ADHD, 충동성 중독 문제가 결국 도파민 회로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시각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비만인 사람에게서 ADHD 동반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국내 한 연구에서도 비만과 충동성 조절 문제의 연관성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정신신체의학회).
부작용과 주의사항, 이긴자로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마운자로를 두고 '이긴자로'라는 말을 쓰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처음엔 무슨 뜻인가 했는데, 효과를 거의 못 본 사람들이 이긴 거 아니냐며 자조적으로 쓰는 표현이더라고요. 솔직히 제가 직접 맞아보니 왜 그 말이 나오는지 이해가 됩니다. 신체적인 변화를 기대했다가 생각보다 변화가 미미하면 실망이 크니까요.
제가 처음 맞았을 때 걱정한 건 부작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크게 심하진 않았습니다. 울렁거림이 약간 있었고, 배고픔을 잘 못 느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식욕이 살짝 줄었다는 건 확실히 체감했습니다.
문제는 마운자로가 보상 회로를 과도하게 억누를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바로 무쾌감증(anhedonia)입니다. 무쾌감증이란 즐거움을 느껴야 할 상황에서도 아무런 감흥이 없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맛있는 걸 먹어도, 좋아하는 걸 해도 덤덤하고 무기력해지는 것이죠. 일부 환자는 삶이 밋밋해진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도파민 스파이크를 막는 것이 충동성 조절에는 도움이 되지만, 너무 강하게 작용하면 의욕 자체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GLP-1 계열 약물의 정신건강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으며, 우울증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는 처방 시 신중을 기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처방받을 때 의사 선생님이 BMI 지수 27 이상인 경우 권장한다고 했는데, 저는 그 기준에 딱 맞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원한다고 하면 처방을 해준다고 해서 받았습니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아진 건데, 그렇다고 가볍게 접근하면 안 된다는 걸 맞고 나서 더 느꼈습니다. 특히 아래 항목에 해당된다면 전문가 상담이 먼저입니다.
- 우울증 병력이 있는 경우
- 평소 무기력하거나 의욕이 낮은 경우
- 중증 위장 질환이 있는 경우
- 다른 약물과 병용 중인 경우
가격도 결코 싸지 않습니다. 미디어에서 효과 본 사례가 많이 나오다 보니 주사의 유혹을 이기기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부작용과 자신의 상태를 충분히 알아본 뒤에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마운자로가 가능성 있는 약이라는 건 부정하지 않습니다. 비만과 ADHD, 중독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분들에게는 고려해볼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약이 할 수 있는 건 충동을 조용하게 만드는 것까지입니다. 차분해진 그 공간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는 결국 본인의 몫입니다. 저도 지금 그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복용 여부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