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당뇨를 그냥 '혈당이 높은 병'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마운자로 처방을 받으러 갔다가 의사 선생님께 "당뇨가 있으면 마운자로 실비 적용이 된다"는 말을 듣고서야 당뇨와 비만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가족 중에 당뇨 환자는 아직 없지만, 모두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라 마냥 안심하기는 어렵습니다.
인슐린 저항성, 살이 찌면 왜 혈당이 오를까
일반적으로 당뇨는 단순히 단 것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메커니즘은 조금 더 복잡합니다. 핵심은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입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의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인슐린이 신호를 보내도 세포 문이 열리지 않으니, 혈액 속에 포도당이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탄수화물이 소화되면 포도당이 되고 혈액으로 흡수됩니다. 이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려면 글루트4(GLUT4)라는 통로를 통해야 합니다. GLUT4란 포도당 수송체의 일종으로, 인슐린이 신호를 보낼 때 세포 표면으로 이동해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문 역할을 하는 단백질입니다. 그런데 세포 안에 지방이 쌓이면 인슐린이 아무리 신호를 줘도 이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습니다. 췌장은 그 부족함을 메우려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지만, 이미 저항성이 생긴 세포에게는 역부족입니다.
저도 밥을 먹고 나면 극심하게 졸린 경험을 자주 했는데, 이게 바로 혈당 스파이크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혈당 스파이크란 식사 후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고 떨어지는 현상으로, 반복되면 인슐린 분비 체계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학창 시절 점심 먹고 나서 거의 매일 졸았던 게 단순히 피곤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예상 밖이었습니다.
한국인 당뇨 발병률이 높은 이유
일반적으로 당뇨는 서구권에서 더 흔한 병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유병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국내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이며, 당뇨병 전단계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훨씬 높아집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그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아시아인은 수십만 년에 걸쳐 소식(少食) 농경 생활에 맞게 진화해왔기 때문에, 췌장 베타세포(β-cell)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서구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여기서 베타세포란 췌장 안에 있는 세포로, 혈당이 올라갈 때 인슐린을 생성하고 분비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서구인은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도 베타세포가 더 많은 인슐린을 뽑아내 버텨줄 수 있지만, 한국인은 그 여력 자체가 적은 것입니다.
여기에 1970년대 이후 빠르게 서구화된 식습관이 겹쳤습니다. 유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포도당의 양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식사량과 칼로리 밀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입니다. 오빠를 보면서 이 부분이 특히 걱정됩니다. 패스트푸드에 탄산음료를 달고 사는데, 그 조합이 혈당을 얼마나 빠르게 올리는지를 생각하면 마냥 보고만 있기가 어렵습니다.
목 뒤, 겨드랑이, 사타구니 부위가 착색되는 흑색 극세포증(Acanthosis Nigricans)도 인슐린 저항성의 피부 신호일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흑색 극세포증이란 피부가 검게 두꺼워지는 현상으로, 과도한 인슐린이 피부 세포 성장에 영향을 주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변에서 목 뒤 착색이 심한 분들을 보면 혈당 관리에 관심을 가져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합병증 예방이 핵심인 이유, 그리고 치료제 선택
당뇨가 무서운 이유는 당뇨 자체보다 합병증 때문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제가 공부하면서 이 말이 더욱 실감 났습니다. 당뇨 합병증은 망막병증(시력 저하), 신장병증(투석 필요), 말초신경병증(발 감각 저하 및 절단) 등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2023년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신규 투석 환자의 가장 큰 원인 질환은 당뇨병성 신증으로 집계되어 있습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당뇨 치료제도 종류별로 작용 원리가 다릅니다. 핵심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메트포민(Metformin): 인슐린 저항성 자체를 줄여주는 약물로, 세포가 인슐린 신호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살을 빼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있어 1차 치료제로 많이 쓰입니다.
- 설포닐유레아(Sulfonylurea) 계열: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강제로 늘리는 약물입니다. 단기 효과는 있지만 베타세포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고, 저혈당 위험도 있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 인슐린 주사: 몸 밖에서 인슐린을 직접 투여하는 방식으로, 췌장이 더 이상 인슐린을 충분히 만들지 못할 때 사용하는 마지막 단계에 해당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치료제 차이를 모르고 있으면 의사 선생님 말을 들어도 왜 그 약이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초기에 메트포민 중심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식단까지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향으로 보입니다. 단백질 위주로 식사를 구성하고 탄수화물과 지방을 줄이는 것이 혈당 조절에 유리하다는 점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혈당 다이어트가 유행하는 것도 결국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도 혈당을 신경 쓰며 식단을 바꾸는 사람이 부쩍 늘었고, 연속혈당측정기(CGM) 같은 관리 기기까지 일반인들이 쓰기 시작한 것을 보면 사람들의 인식이 분명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당뇨는 진단받았다고 삶이 끝나는 병이 아닙니다. 오히려 초기에 제대로 관리하면 합병증 없이 평생 살아갈 수 있는 병이기도 합니다. 가족 중에 위험 요인이 있다면 미리 혈당 검사를 받아보고, 식단부터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 현실적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저도 당장 혈당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보다는, 오빠에게 이 내용을 전달하는 것부터 해볼 생각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당뇨가 의심되거나 혈당 관리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